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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서 연쇄살인 저지른 중국인 … 비자 심사 '구멍' 뚫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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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동주 작성일25-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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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시흥에서 2명을 살해하고 2명에게 중상을 입힌 중국 국적의 차철남(57)이 합법적인 체류 자격인 F-4(재외동포) 비자로 13년간 국내에 머물러 온 것으로 파악되면서 해당 비자 제도의 허점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특히 차철남의 과거 불법 체류 전력 등에도 불구하고 합법적으로 재입국하여 장기간 체류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재외동포 비자의 자격 심사 및 관리 실효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차철남은 지난 17일 자신과 친하게 지내던 중국 동포 형제 2명을 살해하고 이틀 뒤인 19일에는 평소 알고 지내던 편의점 여성 점주(60대)와 자신이 거주하는 건물주 남성(70대)에게 흉기를 휘둘러 중상을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연쇄 범행을 저지른 차철남은 사건 당일인 19일 공개수배 끝에 도주 중 체포되었는데 그의 체류 신분은 불법 체류자가 아닌 합법적인 F-4 비자 소지자였다.



차철남은 1997년 한국에 처음 입국해 체류 기간이 지난 뒤에도 출국하지 않고 5년 넘게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생활했다. 이후 2002년 자진 신고 기간을 이용해 출국한 뒤 10년이 지난 2012년에 재외동포(F-4) 비자를 받아 다시 한국으로 입국했다. 그는 이 비자로 사건이 발생한 시흥시 정왕동 원룸에서 13년간 거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 F-4 비자, 사실상 '영주권급' 자격 … 심사 허점은 없었나


F-4 비자는 한때 대한민국 국적이었거나 부모 또는 조부모 중 한 명이 대한민국 국적이었던 외국인에게 발급된다. 주로 중국에 거주하는 한인 2~3세대(동포)가 대상이다.



광저우 총영사관에서 근무하기도 했던 중국 전문가 이종모 행정사는 "DJ 정부 시절 제정된 재외동포법의 산물로 일정한 한국어 능력만 충족하면 매 3년마다 갱신이 가능한 혜택성 비자"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F-4 비자 소지자에게는 상당한 자율권이 주어진다. 일단 발급되면 3년 단위로 계속 갱신할 수 있으며 특별한 범죄 이력이나 형사처벌이 없는 한 거의 자동적으로 연장이 이뤄진다.



불법체류 전력이 있어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재신청이 가능하다. 이 행정사는 "불법체류만으로 비자 발급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심지어 벌금 합산 700만원이 넘어도 3년만 지나면 다시 비자를 신청할 수가 있다"고 했다.



법적 제한도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있다. F-4 비자는 본래 국내 일자리 보호를 위해 공사장이나 식당 일과 같은 단순노무직에 종사할수 없도록 한 규정이 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건설근로자공제회의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건설근로자의 절반 이상이 F-4 비자 소지자였다.



이와 관련해 이 행정사는 "원칙적으로 건설 단순 노무직은 금지되고, 일하는 경우라도 4대 보험과 고용 계약서, 고용노동부 신고 등 절차가 갖춰진 상태여야 하는데 일용직으로 할 경우는 안된다"고 했다.



다만 "경미하게 월 10일 이내로 일용 노동할 경우에는 출입국 사무소에서도 봐주는 그런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어 "작년부터는 국내 일손 부족으로 인해 식당에서 단순 서빙도 가능하게 되어 실제 전문직 비자로서 F4의 특성이 점차 유명무실화되고 있는 추세"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차철남이 보유한 비자는 F-4 중에서도 특정 기능사 자격증이 있을 경우 발급되는 'F-4 27' 비자로 파악되나 그는 특정한 직업 없이 과거 벌어둔 돈과 가끔 건설 현장에서 일해 받는 임금으로 생활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차철남이 실제로 관련 자격을 취득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행정사는 "외국인을 많이 수용하되 비자심사는 좀더 엄격히 할 필요가 있다"면서 "출입국 관리법 위반자에 대해서는 엄격한 사후관리가 긴요하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 도주 시도했다면 "출국 가능했을 수도 … 체포는 어려웠을 것"


차철남은 살인 범행 후 2일간 시신을 방치헀다. 이후 19일 추가 범행을 저지른 뒤에는 자전거를 타고 시화호 인근까지 달아나 주변을 배회하다 체포됐다. 경찰은 "그가 자수를 고민했다"고 전했지만 실제로는 자수 대신 추가 범행을 이어간 점 등 진술의 신빙성이 낮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만약 차철남이 범행 직후 공항으로 이동해 출국을 시도했다면 어땠을까. 외국인 형사 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이세환 법무법인 동주 대표변호사"해외로 도피가 됐다면 다음은 인터폴 수색을 통했을 것 같다"면서도 "외국인이기 때문에 해외로 나간 순간부터는 우리나라에서 처벌하기는 상당히 좀 어려워지는 부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마 형사적으로 처벌되는 것은 없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입국이 제한되거나 영구 입국 금지가 되는 그런 조치들만 좀 존재할 것 같다"고 설명하면서 범행 직후 출국했더라면 수사기관의 대응은 사실상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강력범죄 외국인, 처벌·추방·재입국 여부는?


외국인도 내국인과 마찬가지로 우리 형법에 따라 처벌된다. 이 변호사는 "우리나라는 속지주의와 속인주의를 병행하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이 국내에서 범죄를 저질렀다면 내국인과 동일한 형사 절차를 거치게 된다"며 "형량의 기준이나 형 집행 방식도 형법에 따른다"고 설명했다.



다만 외국인의 경우 문화적 차이 또는 사회 적응의 어려움이 일부 양형 사유로 고려될 수 있으나 살인 등 중대 범죄에 대해서는 오히려 외국인들에게 더 엄격한 법 적용이 이뤄지는 경향도 있다는 것이 실무의 평가다.



형사처벌을 마친 외국인이 그대로 국내에 체류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구속 상태에서 형이 확정되면 출입국 당국은 해당 외국인을 외국인보호소(법무부 출입국 산하 수용시설로 이송한다. 이후 법무부의 퇴거명령에 따라 본국으로 추방된다.이 변호사는 "무조건 추방된다고 보기는 좀 어렵겠지만 이번 사건과 같이 이제 중대적이고 사회적으로 비난 가능성이 큰 사건의 경우 추방이 된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고 했다. 



형이 끝난 후에도 한국 땅을 다시 밟을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다. 법무부는 중대 범죄자의 정보를 출입국관리법 제11조에 따라 '입국금지 대상자 명단'에 등록하고 이를 외교부 및 재외공관에 통보한다.



특히 F-4 비자처럼 영사관에서 사전 심사를 거쳐야 하는 비자는 사실상 발급이 차단된다. 이 변호사는 "사회적으로 비난 가능성이 큰 범죄 중대 범죄 같은 경우에는 영구 입국 금지가 된다"면서 "우리나라로 입국하는 경우는 외교부에서 비자를 발급하는데 법무부에서 명단에 등록하고 영사관 쪽에 전달되면 발급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물론 이 조치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과거 유승준(스티브 유) 사례처럼 행정소송을 제기해 입국 거부 처분을 뒤집는 경우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 변호사는 "살인 등 중대 범죄를 저지른 외국인이 재판을 통해 입국 허가를 받아낸 전례는 지금까지 단 한 건도 없다"고 밝혔다.



차철남 사건은 외국인 강력범죄에 대한 관리 시스템의 허점을 여실히 드러낸다. 불법체류 경력이 있음에도 F-4 비자가 발급됐고 단순 노무직 제한 규정은 사실상 유명무실하며 범죄자의 출국 통제를 위한 제도적 장치는 허술했다.



F-4 비자가 재외동포에게 대한민국 안에서의 법적 지위를 보장하고 활동 범위를 자유롭게 허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만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결국 자격만 풀어주고 관리는 방치한 셈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경찰 관계자는 "재외동포 비자 제도가 범죄에 악용되거나 사회 안전을 위협하는 일이 없도록, 자격 심사 기준을 강화하고 체류자에 대한 실질적인 관리 방안을 마련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뉴데일리 김상진 기자 jin@newdaily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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